22과에서 살펴 본 대로, 타락한 사람은 본질상 타락하여 (엡 2:3) 필연적으로 범죄하지만 (롬 8:7), 자발적으로 범죄한다 (롬 1:32하). 사단은 타락한 사람 안에서 역사하여 (엡 2:2), 마음을 혼미케 하여 죄의 길로 이끌어 간다 (고후 4:4). 그런 중에도 하나님의 주권이 역사하시는데, 한 예를 욥에게 일어났던 재난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하루는 스바 사람들과 갈대아 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욥의 종들을 죽이고 그의 소와 약대를 약탈하였다 (욥 1:15,17). 이런 악행은 사단의 충동으로 일어난 것이었다 (욥 1:12).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한 욥은 정확히 판단하기를 자기의 재물을 취하신 자는 여호와 하나님이라 하며 오히려 그 이름을 찬송하였고 어리석게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욥 1:21-22). 욥의 재물이 강탈된 한 사건 안에서, 하나님은 그 종 욥의 인내를 연단하시려 하셔서, 사단과 스바와 갈대아의 악인들을 연단의 도구로 사용하시었다. 사단은 욥을 넘어뜨려서 하나님을 욕하게 하려고 (욥 1:11), 갈대아 사람들이 악을 행하도록 그 마음을 충동질하였다. 갈대아인들은 자기의 악한 가운데 살인과 약탈을 통해 자기들의 욕심을 채우려 하였다. 같은 사건 안에서, 목적과 방법의 구별을 통해, 하나님은 그 의로우심이 빛나게 하시고, 사단과 악인은 그들의 악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악인(의 악행)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시기도 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종종 읽게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는 악인의 마음에 역사하셔서 악인을 완강하고 강퍅하게 하시고, 마음을 둔하게 하신다는 것이다 (예, 출 10:1,20, 사 6:10). 어떤 성경학자들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하나님은 그들이 강퍅하게 될 것을 예지하시거나, 또는 허용하실 뿐이지 그렇게 되도록 역사하시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성경의 표현은 예지나 허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악인의 마음이 악해지도록 어떻게 역사하시는가? 첫째로, 하나님께서 그 빛을 거두시고 악인을 떠나시면, 악인에게 남는 것은 흑암과 무지와 자기 본질적인 악 뿐인 것이다. 하나님께 모든 능력과 지혜가 있으므로, 하나님이 그 지혜를 거두시면, 사람은 총명과 지식과 모략과 분별함을 잃고 어리석은 자가 되어 방황하고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욥 12:16-25, 시 107:40,
겔 7:26). 하나님이 우리를 떠나시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우리 자신의 강퍅함 뿐이다 (사 63:17).
둘째로, 하나님은 그의 선하신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사단을 그의 진노와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시고 사람의 마음을 완강하게도 하시고 강퍅하게도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불러내실 때가 되매 애굽사람들로 이스라엘을 미워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교활히 행하게 하셨다 (시 105:25). 하나님은 그 영광을 드러내시고 애굽을 심판하시려고, 바로의 마음을 강퍅하게 하시었다 (출 4:21, 7:3-5, 10:1,20,27, 11:10,
14:8). 하나님은 헤스본 왕 시혼을 심판하시고 그 땅을 이스라엘에게 주시려고 그를 완강하고 강퍅하게 하셨다 (신 2:30). 하나님은 모든 권세를 가지신 심판주로서, 때로는 악인의 악함을 도구로 사용하셔서 죄인의 범죄를 벌하시기도 하신다. 하나님은 악인을 심판의 도구로 불러 모으시기도 하시고 (사 5:26, 7:18), 그들을 진노의 막대기와 도끼로 (사 10:5-15), 방망이로 (렘 50:23), 그물과 올무로 (겔 12:13, 17:20) 사용하시기도 하신다. 앗수르와 바벨론은 그 악한 중에 살인과 약탈의 정복을 하였지만, 그 심판을 하신 분은 하나님이셨던 것이다. 사단도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하나님의 부리심을 받는다. 사울 왕을 번뇌케 한 것은 하나님의 부리신 악신이었다 (삼상 16:14, 18:10, 19:9). 하나님은 진리를 믿지 않고 불의를 좋아하는 모든 자들로 심판을 받게 하시려고, 그들에게 유혹을 보내서 저희 가운데 역사하여 거짓을 믿게 하신다 (살후 2:9-12).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은 그 공의를 나타내시고 심판하시는 것이고, 반면에 사단과 악인은 그 악한 중에 악을 이루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더불어서,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그의 선하신 뜻을 이루게도 하신다. 하나님은 애굽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은금을 주도록 하셨다 (출 11:2-3). 하나님은 압살롬으로 하여금 아히도벨의 좋은 계략을 버리고 후새의 계략을 택하게 하셔서 다윗으로 압살롬에게서 벗어나게 하시었다 (삼하 17:14). 르호보암이 노신들의 교도를 버리고 친구 청년들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에게 대답하여 10지파를 잃게 된 것은 하나님께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왕상 12:15). 하나님은 이방으로 이스라엘 백성에 대하여 간담이 녹게도 하시고 (수 2:9), 포로로 잡힌 이스라엘에게 긍휼을 베풀게도 하신다 (시 106:46). 때로는 사람으로 경겁 중에 이유없이도 떨고 놀라게도 하신다 (신 28:65, 레 26:36).
이 모든 일에, 하나님의 주권이 우리 마음의 어떤 자유보다 더 위에 계셔서 다스리시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의 신비하신 뜻대로, 사람의 뜻을 굽히기도 하시고 변하게도 하셔서, 때로는 유익을 베푸시기도 하시고 때로는 심판하시기도 하신다. 솔로몬이 고백했듯이, 여호와 하나님은 왕의 마음을 봇물처럼 그 손에 가지시고 그 임의대로 인도하신다 (잠 21:1). 실로, “듣는 귀와 보는 눈은 다 여호와의 지으신 것이다” (잠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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