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권: 구속주 하나님, 제 21 과 - 죄로 인해 선택의 자유를 상실한 인간

세상의 철학가들은 소위 ‘자유 의지’라는 개념을 말한다. 사람의 지성(마음)에는 이성이 있어서 옳고 그릇된 것을 분별하여 옳은 것을 추구하려 하나, 반대로 몸에는 감성과 욕정이 있어 악한 것을 욕심이 이끄는 대로 좇으려 하는데, 의지는 이성과 감성의 사이에 있어 옳고 그릇된 것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자유 의지’의 개념은 교회 안에도 침투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기를 사람이 타락한 것은 감성적이고 욕정적인 것에 국한되어 있고, 이성과 의지는 본래대로 보전되어 있어 선을 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사상은 성경이 가르치는 것과 다르다.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는, 사람은 “본질상” 타락하여 하나님의 진노의 대상이 되었고 (엡 2:3), 전인격적인 타락을 하여 지, 정, 의 모두 타락했다 (엡 4:17-19) (20과 참조).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기 전의 사람은 죄에게 종 노릇하여 그 지체가 단지 불의의 병기로 쓰여지는 존재이다 (요 8:34, 롬 6:6,12-13). 타락한 사람이 자유가 있다면, 그것은 의로 부터의 자유, 즉 죄에 대한 종 살이가 있을 뿐이다. 타락한 사람의 혈육에게서 도무지 선한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렘 17:5, 시 147:10). 이성과 의지는 사람의 인성/인격의 부분이므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으나, 타락한 이성과 의지로는 사람은 하나님과 하늘의 신령한 것을 스스로는 추구하지 않는다 (롬 3:11). 생명의 빛이 비추어도, 타락한 인간의 어두움은 빛을 깨닫지 못하게 되었다 (요 1:4-5).

이성과 의지 자체가 인간에게서 완전히 상실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은 이 세상의 일들에 관해서 이성과 의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런 속성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시킨다. 그래서 이 땅의 일에 관하여, 인간은 이성과 의지를 사용하여 과학과 예술을 발달시키기도 하고, 사회의 질서를 위하여 법을 만들고 집행하기도 한다. 사람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사람에게 일반적인 은사를 남겨 두셔서 (마 5:45), 여러가지 재능과 재주 (출 31:2-11, 35:30-35), 담력과 용맹 (삿 6:34, 삼상 10:26) 등을 사용하도록 하셨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먹고 마시는 일에 관해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선택하여 살 것을 허락하셨다 (롬 14:3,17). 더불어, 마음에 새긴 법이라 할 수 있는 양심을 주셔서 어느 정도 생활의 규율을 지키며 살게 하셨다 (롬 2:14-15). 사람은 세상의 일에 관하여 자기의 육체에 좋은대로 선택하며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그가 참 선을 분변하는 이성의 판단의 따라, 자유로운 의지대로 선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자유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성령의 일”, “십자가의 도”는 세상의 지혜와 이성으로는 도무지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고전 1:18,21, 2:7-8,13-14). 하나님을 알 만한 것을 조금 남겨 두셔서 사람들로 그들의 불신앙이 무지로 인함이라고 핑계하지 못하게는 하셨으나 (롬 1:19-20), 그들은 참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진리에 다다를 수도 없다 (롬 3:11). 하나님의 신령한 일에 관해서는 세상의 지혜는 헛 것일 뿐이고 (고전 3:20), 사람의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은 악할 뿐이다 (창 6:5, 8:21). 그리스도와 십자가의 도가 세상의 지혜로는 어리석게 보이고 거리낌의 대상일 뿐이다 (고전 1:23). 하나님을 알게 되고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아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는 신령한 은사는 사람의 의지나 결정으로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 (요 1:13). 예수 그리스도께서 누구신지 알게 되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알게 하시는 자에게만 가능하다 (마 16:17, 고전 12:3하, 요 3:27, 6:44, 렘 24:7).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께서 그 법도를 그에게 가르치실 것을 반복, 반복 구했고 (시 119:12,18,19,26,33,34,64,68,73,124,125135,169), 바울은 그의 서신을 받는 교회들을 위해 같은 기도를 했다 (골 1:9-10, 빌 1:9, 엡 1:17-19).

결론적으로, 사람은 죄로 인해 죄의 종이 되었다 (요 8:34). 죄인인 사람에게는 하나님을 찾는 자유 의지가 없다 (롬 3:11). 하나님을 찾는 자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역사로 이루어진다 (빌 1:5, 2:13).